부활절 주일 오전 예배를 마치고  북토크가 있는 청파교회로 향한다.(요새는  계란을 주는 대신 화분을 준다) 1호선 남영역에서 내려 숙명여대쪽으로 가다보면 도로가에 작고 아름다운 청파교회가 있다. 감리교회이면서 100년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이다.(1908년5월1일) 주차장도 협소하다.
 
게시판과 주보에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스도인'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영적, 도덕적, 윤리적으로 남달랐고 전염병이 창궐한 시대에서도 이 사건을 통으로 보며 부활신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안디옥교회에서부터 믿지 않는 사람들이 믿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렀다. 자기보다 뭔가 다르다.차별성을 깨달은 것이다. 작금의 시대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주일 선포된 말씀을 마음판에 새겨  교회문지방을 넘는 순간부터 세상속에서 소금과 빛으로 살아내야하는 존재이다. 우스개소리로 교인중에 한 명이 "목사님 때문에 망했어요" 라고 하더란다. 말씀대로 살려는 몸부림이다. 김목사의 설교에 따르면 "하나님을 안다면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 같이 살아야 한다."

청파교회 건물은 낡아 100년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천정에는 오래된 샹들리에, 앞에는 최신 LED모니터가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강대상 뒤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자세히 보니 십자가가 보인다.

교회 이야기를 들어보니 헌금을 새성전 짓는데 사용하지 않고 그 물질을 교회밖으로 흘러보낸다고 한다. 구제를 일삼는 교회이다. 담임목사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 생각과 뜻을 공유하는 당회가 있어 아름답다.

코로나19때에도 새신자가 계속 늘어나 불황(?)중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교회였다. 성도가 줄지 않았다고 한다. 늘 교회에 있으면서 일상을 말씀연구와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영감이 떠 오르지 않을 때 산책을 한다. 김목사는 일상에서 초월을 경험하며 산다. '초월의 경험이란 온 세상을 가득 채우는 피조물의 우주적 합창을 들을 날을 고대하며 벅차 오름을 느껴 보는 것이다.'(지강유철)

그 흔한 자동차도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한다. 겸손하고 검소한 목회자였다. 김민웅 교수가 말하기를 "김목사는 젊었을 때 권투를 했다"고 한다. 역시 투지가 있는 목사였다. 민영진 교수가 스승이고 김민웅 목사가 벗이다. 이번에 신간이 나온 출판사 이름이 꽃자리출판사(대표 한종호)인데 이 곳에서만 벌써 13번째 저서 출판이라니 대단함을 느꼈다. 의리가 있는 저자이다. 돈 몇 푼에 이곳 저곳 옮겨 다니는 철새 작가가 아니었다. 주일 낮 예배때는 빈자리가 없어서 서서 설교를 듣는 성도가 많다고 한다. 말씀의 홍수시대에 말씀기갈에 목마른 성도가 많다는 증거이다. 원근각처에서 구름떼(?)처럼 몰려온다.

김목사의 설교는 글로 읽어도 좋고, 녹음파일로 들으면 은혜가 배가 된다고 김응교 교수가 말했다. 김교수는 김목사의 설교를 자주 듣는 편이고 같은 숙소에서 '동침'한 사이라고 친근감을 과시했다. 설교를 하는 김목사의 목소리도 한몫한다.(홈페이지에 음성파일과 설교전문이 올려져 있기에 다운로드하면 된다) 교회다운 교회, 목사다운 목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에 모범이 되는 교회가 청파교회가 아닌가 싶다. 참고로 교회근처에는 커피를 파는 커피전문점이 하나도 없다. 

흔히들 교회는 담임목사의 그릇만큼만 성장한다고 한다. 청파교회 부흥의 원천은 담임 김기석 목사에  있다. 예수님처럼 연약한 순같은 외모와 탁월한 글솜씨가 뒤받침된 영감있는 설교 때문이다.(사인을 받으면서 내가 그랬다. 목사님을 보면 "예수님 같아요") 그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자 목사이다. 한 때 교목도 했었고 청파교회에서 전도사 시절부터 지금 담임목사에 이르기까지 40년동안 살아온 청파교회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김목사는 교회의 성도뿐만 아니라 교회 밖(세상 속의)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거기가 삶의 한복판이고 복음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교회내 연약한 성도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헐벗은 노숙자,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 철거민들에게 손을 내밀어 그들의 벗이 되고자 한다. 마치 예수님이 갈릴리 벽촌에서 했던 것처럼. 저 낮은 곳과 낮은 자를 향하여 시선을 고정시킨다. 한마디로 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하며,웃는 자와 함께 웃는 하나님의 마음을 가진 목사다.(한종호)

그의 설교는 일상에서 건져낸 시원한 냉수와 같다. 김목사는 우리나라의 목회자들중에 글을 잘 쓰는 목회자에 속한다. 지금도 일간지에 칼럼을 쓴다.(경향신문 등) 불신자들에게도 먹히는 그의 책(글)은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만져주고 그 안에 당의정처럼 그리스도의 정신(=사랑)을 발라서이다. 나 또한 그의 저서를 여러 권 읽었다. 저자의 다양한 독서력(문학, 음악, 미술 등)이 녹아 있어 밑줄이 많이 쳐졌다. 그는 랍비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의 글을 많이 인용하고 누가복음을 본문으로 설교를 많이 했다고 한다.(한종호) 게스트로 나온 나희덕 시인(청파교회 교인)은 김목사를 온도계와 나침반으로 비유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적인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를 다시 만났다.(2008년) 알고 보니 고교동창 성해영 교수(서울대 종교학과) 은사였다. 오교수는 '표층종교에서 심층종교로의 전환'과 '아하 체험'을 강조했다. <말씀 등불 밝히고>(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에는 김목사 66편의 설교와 13명의 지인들 설교평이 실려 있다. 남다른 편집방식이다. 꽃자리 대표 한종호 목사의 책 기획력이다.

나는 날마다 2~3편의 설교를 읽는다. 설교는 눈으로 읽는 게 아니라 삶으로 읽어내야한다. 그리할 때 내 삶에 변화가 있는 법이다. 하늘아래 그것도 서울장안에 김기석목사같은 목회자가 우후죽순처럼 많아지기를 기도하는 것은 허황된 꿈일까? 그는 목사이기 이전에 참 그리스도인이었다. 은퇴를 앞둔 김목사님에게 갑절의 영감과 모세처럼 눈이 흐리지 않고 강건한 복을 주시길 기도한다. 3시간 남짓 진행된 북토크는 내 마음에 복된 장마비가 되어 적셔주었다. 나희덕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목사님 사랑합니다."

정성스럽게 책에 써 준 사인문구이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요.김기석'
 

김기석 목사와 함께


트립스캐너 조동주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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