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핸드폰에는 스님이 가끔 등장한다. 부재중 스님이다. 부처님 동생이거나 제주 부씨일까?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나는 대개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놓는다. 손에 쥐고 있을 때는 즉각 받는데 호주머니에 있을 때는 놓친다. 부재중 스님이 손기척을 하면 내가 전화를 한다. 오늘은 아들의 부재중 전화다. 일전에 지나가는 말로 데이트겸 식사를 하자고 했더니 그 말이 생각나서 전화했단다. 아들도 편입시험 준비때문에 저녁이 되어야 시간이 난다. 부랴부랴 퇴근한다. 아들과 통화하여 갈 식당을 정한다. 강동구 고덕동의 고기집이다. 삼겹살 맛이 일품인 단골집이다. 180kg에 삼겹살 15,000원 항정살 20,000원이다. 고깃값도 많이 올랐다. 서민식품 삼겹살도 자주 못먹을 판이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증거다.

25살 아들은 오전에 학원가고 오후에는 독서실에서 공부한다. 일주일에 수목 이틀은 아르바이트를 하여 본인 용돈을 벌어 쓴다.(지금은 학업과 알바시간이 맞지 않아 공부만 하고 있다) 지난달에 월급을 탔다. 마음에 사장에게 조그만 선물을 하고 싶어 했단다. 사장왈 "지금까지 알바생들을 숱하게 보아왔지만 너와 같이 월급 받았다고 선물한 직원은 처음이다." 일을 잘한다고 시급도 11,000원으로 올려주겠다고 했다며 자랑질(?)을 했다. 사회성은 만점이다. 아들 자랑하는 팔불출이 되어 보는 것도 좋구나. 일하면서 공부하다보니 "공부가 쉬웠어요"라고  아들은 고백을 했다. 

대개 아버지와 아들은 서먹서먹하다. 오늘 직장 동료와 이야기하다보니 딸2명, 아들1명을 두었다. 딸들한테는 잘하는데 아들이 고교시절 문제아라 심지어 혁대로 때렸다고 과거의 아픈 상처를 말해주었다. 성인이 다 되었지만 말도 안 섞는 부자지간이 되었다며 후회했다. 나는 친구같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아브라함도 하나님의 벗(시41:8)이었듯이 말이다.

불판위에 아들이 고기를 올리고 본인이 굽는다. 많이 컸구나. 그러더니 오늘 같은 날엔 술 한잔 해야한다며 맥주 한 병과 소주 한 병을 시킨다. 나는 술을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아들과의 데이트라 맥주와 소주를 섞은 '소맥'으로 건배를 한다. 다른 테이블에는 가족끼리, 애인끼리, 동료끼리, 남자끼리 삼삼오오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고기를 먹고 있다. 맛있는 풍경이다.

아들은 군대 다녀오고 바로 알바를 했고 나름 편입시험준비를 했는데 전력질주를 못하여 '실패'와 '떨어짐'의 중간에 있었다. 육사시험에 한 번 떨어지고 이번에 편입시험 두 번째 떨어진 것이다. 실패(failure)는 로프를 잡고 암벽등반을 하는데 중간쯤 가다가 그만두는 것이고 떨어짐(fallure)은 똑같은 상황에서 로프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다시 정비하여 정상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학원을 강남에 있는 편입학원을 다녔다. 수강생중에는 학원 근처에 월190만원을 내고 원룸에 사는 학생도 있다고 했다. 알바도 안하고 오직 '아빠의 경제력'에 의해 산다는 것이었다. 일전에 소위 SKY 대학 가는 학생들과  부모들의 경제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할아버지의 경제력,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서 좋은 학원과 명문대생 과외 그리고 영양가 높은 음식물과 쾌적한 주거환경등 '오직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준다. 둔재가 아닌 이상 SKY속으로 금방 들어갈 수 있는 기본조건이 되는 셈이다. 아들의 입에서도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옛말이라고 했다.

식당에서 학교, 친구, 장래, 직업, 여자, 교회, 독서, 공부, 돈, 결혼 등 다양한 메뉴를 골랐다. 고기를 먹고 나서 '인생 네컷'이라는 사진관에서 기념사진을 찍자고 한다. 스티커사진도 트렌드가 변해 다양한 소도구가 준비되어 있고 인쇄비용이 6,000원이었다. 자리를 옮겨 스타벅스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들은 커피를 안 좋아한다. 난 딸기 라떼를 아들은 케익을 시킨다. 아차 사진비용은 아들이 내고, 고깃값과 별다방 음료와 케익은 내가 샀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깝다는 생각보다 더 시켜라 하는 생각이 컸다.

일주일에 한 번 데이트하자고 하길래 한 달에 한 번으로 정정했다. 날짜도 아들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 내가 맞추겠다. 아들은 부잣집이 아닌데도 초등학교를 사립학교에 보내주고 아버지가 여행사하는 덕에 미국, 캐나다, 일본,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 등을 다녀왔고 군입대 전에는 장신대신대원과 평대원 공동으로 진행했던 종교개혁지 유럽탐방(내가 인솔해서 같이 갔다왔다)이 너무 좋았다고 술회했다. 아들과 여행가는 것 추천한다.

아들이 아빠가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 아들아 20년 후에 다시 너의 20대를 돌아보았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너의 20대를 성실하게 살아라. 아들 이름이 조나단이다. 이스라엘 초대왕 사울의 아들이자 다윗의 친구가 요나단인데 거기서 빌려왔다. 뜻은 '선물'이다. 누군가에게 뇌물같은 사람이 아니라 '선물같은 사람이 되라'는 의미였다.

오랫만에 남자 대 남자의 만남! 풋풋한 20대 초반의 아들에게서 '남자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아들아 곧게 잘 자라 주어서 고맙다. 아빠는 언제나 네가 사회와 국가를 위해 아니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 큰 쓰임받는 그릇이 되도록 영적, 지적, 물질적 평생 후원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올해 아빠 생일 선물로 사 준 옷 잘 입고 있다. 직장 동료들에게 자랑했다. 다가오는 너의 생일에 선물도 기대하렴. 내년에도 선물 기대하마. 부자지간에도 오고 가는 정이 있어야 한다. 기브앤테이크 개념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다. 감사도 사랑도 립서비스가 아니라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랑한다. 아들! 너의 앞길이 꽃길이 아니어도 요셉처럼 하나님과 함께함으로 형통의 복을 누리길 기도한다.

트립스캐너 조동주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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