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 우산> 김명희

모네의 '양귀비 들판'에
양산 든 여인은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꽃밭에 우산 다섯
뭐지

백일홍이 우산을 쓰고 있다
씨 뿌려 싹 틔운 모종
옮겨 심어 놓고
강한 햇살에 다칠세라
우산 하늘이 된
아비의 마음

유월아 기다려라
태양보다 더 붉게 피어 주마
하루 땀방울
백일 동안 웃음방울


김명희 시인은 본인을 맹희라 한다. 마음밭에 씨를 뿌려 꽃을 피운 시인이다. 2021년 목사인 남편(암)을 하늘 아버지의 품으로 돌려 보내고(하늘로 이사 갔다고 표현했다) 남편의 죽음을 통해 '부활'에 대한 소망을 갖게 된다.

그에게서 30년동안 배운 말씀이 시의 뼈가 되고 종국에는 시의 꽃이 되어 버렸다.(남편에게 배운 말씀 시로 꽃피워 하늘로 보냅니다) 한 때 문학소녀였던(17살) 시인의 기도가 45년의 성상을 지나면서 갑자기 30년만에 시가 봇물처럼 터진다.(3개월만에 120편의 시를 쏟아낸다). 회복, 미궁 속에서, 거듭남, 비밀 등의 시편이다. 시인이 살아오면서 읽었던 책과 말씀 묵상 그리고 사물과 세상에 대한 관찰이 믹싱되어 나온 게 시다. 삶의 저 밑바닥에서 우러나오는 시가 하늘과 땅의 사람들의 마음을 물들이는 법이다.

"당신은 시 제조기처럼 글이 나온다"며  남편(시의 첫 독자)의 칭찬을 받았던 시인이다. 시인의 시를 동굴 밖으로 끌어당긴 매개체는 예기치 않은 남편의 죽음이었다. 죽음은 삶의 이면이다. 죽음은 영원한 삶으로 가는 문일 뿐이다. 죽음을 맛보지 않을 인생이 어디 있으랴! 남편을 향한 사부곡이 하나님 아버지 사랑(마음)으로 확대된다. 평생 말씀으로 다져진 마음의 근육이 기지개를 켤 때 그의 시는 활어처럼 팔딱거린다. 맹희 시인은 "시보다 아름다운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는 '믿음'."이라고 말한다.

어린 독수리는 말하지 않습니다/왜 나를 절벽 밑으로 떨어뜨렸느냐고//
아들은 말하지 않습니다/왜 나를 죽게 두었느냐고//
이미 부활의 첫 열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순간/죽는 순간//
알게 되는 마음/아버지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전문

천년을 산다 해도/당신 아니면 외롭지 않을/나
천만년이 지나도/의롭기만 할/당신
내가 당신을 믿는 이유/사모하는 이유 <주님을 믿는 이유>

사물이 아니라 그 사물을 존재케 하신 그 분을 노래하니 시가 되었더라. 인간의 마음으로, 말씀으로, 하나님으로 나아간다. '꽃밭에 우산'(시집 제목)의 비밀(우산의 하늘이 된 아비 마음)을 알게 된다.
김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어머니(2015년 93세로 별세, 시인의 화자로 자주 등장한다)는 보여지는 하나님의 모습인 지도 모른다. 


<거울> 전문

저 거울 좀 치우게나 내 얼굴 못 봐주것네,
느그 아부지 이리 말하더니만
나도 이제 거울 보기가 싫구나 
차를 타고 어딜 가나
전엔 안 보이던 풍경만 보여
무덤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핀 어느 봄날, 
울 엄니 그리 말하더니만 
벌써 그 마음 알 것 같은 
나이

자고 일어나 보니 눈 밑 지방이 풀려 
거울 속 여자가 생경하다
데면데면 한참을 바라보다 
잔뜩 치아를 드러내 웃어 보이며

친한 척 한발 다가가 보지만
난 알고 있다
이 거울 속 여자와 진짜로 친해지려면
조속히 거울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말씀 거울이다

겉 사람은 후패 하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도다(고후 4:16).

시의 배경을 시인이 수채화처럼 그리고 있다. 말씀과 접목시킨다. 시는 어쩌면 시인의 렌즈를 통해 보여지는 세상이고 풍경이자 하나님의 작품(포이에마)이다. 시인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의 뿌리'(땅 속 세계는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며 뿌리와 뿌리가 연결되어 있다)에 관심이 많다. 보이는 것은 찰나,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먼훗날 시인도  반쪽을 찾아서 하늘나라로 가겠지. 거룩한 입맞춤과 뜨거운 포옹으로 애절함을 달래리라 본다. 하늘에 이사 간 남편에게 응원해달라고 한다. 소명을 잘 마치고 갈 때까지.

30년넘게 같이 살아온 부부애가 찐하게 느껴진다. 시인도 어느 여인처럼 남편이 살아 있을 때 '좀 더 잘 해 줄껄' 후회를 하네. 하늘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라고 남편목사님은 말하지 않을까. 보내야만이 나에게 써 준 문구처럼 '꽃처럼, 노래처럼, 예수님처럼'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작별은 또 다른 만남의 약속이기에.

건투를 빌기보다는 하나님의 만지심과 보호하심 그리고 기름부으심이 연약한 작은 새같은 시인에게 함께하기를 두손모아 기도해본다.

김시인의 꽃밭(맹희네 꽃밭)에는 무수한 이름모를 꽃들로 가득찬 정원(62가지)이 된다. 초대하네. 땅을 뒤집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고 곱디 고운 손도 제법 거칠어진다고 하네. '좋은 집이란 좋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집'이라고 하네. 이곳에서 회복되어 일어나기를 원하면서 '마라나타!'한다.

김명희 시인과의 만남은 성지순례를 통해서이다. 아직도 단체카톡이 살아 있어
종종 소식을 접한다. 나는 김명희 사모가 시인인 줄도 남편 목사님과 사별도 몰랐다. 글을 잔잔하게 쓰고 일상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있다. 하늘 나라로 이사 간 목사님의 중보기도 때문일까? 어머니와 남편의 죽음을 통해서 부활신앙을 확고히 다진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천상과 세상을 노래하는 시인 김명희! 행복자로다.(신33:29)

트립스캐너 조동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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